'이전에 없던 더 멋진 경험을 선사할 것' 스튜디오 슈퍼베리모어

프로젝트 자체가 흥미롭고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다면, 몇 가지 여건이 불리하더라도 기꺼이 진행해왔던 결과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클라이언트도 믿고 맡겨 주시고, 심지어 ‘이런 느낌도 해볼래?’ 하는 심정으로 의뢰해주시는 건들도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딱히 슈퍼베리모어만의 정해진 스타일은 없습니다. 작업 초반에는 영감을 얻기 위해 노트와 연필만 갖고 생각나는 키워드를 무작위로 나열합니다. 연관성이 있는 키워드를 분류해나가는 과정이 끝나면, 이 프로젝트에 대한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봅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는 건 제게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미지로 정리하는 것보다 글로 단순하게 정리했을 때 생각이 더 넓게 확장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 외 작업 프로세스는 다른 디자인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술가가 아니므로 내 외부 사람들과 충분히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청각 자료와 시안을 만들어가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전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는 레이아웃과 컬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사실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은 ‘버리기’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는 무수히 많은 의견이 쏟아지고, 참고할 만한 자료도 넘쳐납니다. 클라이언트와 상충하는 디자이너로서의 욕심도 있을 겁니다. 그것들을 적당히 취하고, 또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 그렇게 버리고 난 제한 된 조건 안에서 서로 만족할만한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게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패션 앤 채널 브랜딩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까지 프로젝트 중에 제일 장기적으로 작업이 진행됐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콘셉트를 주도적으로 잡아나갔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물론 마지막까지 저를 신뢰해주신 클라이언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결과적으로 많은 분이 좋게 평가해 주시고, 저 자신도 끝내고 나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지된 시각 디자인이 생명력을 갖고, 음향의 힘을 입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 자체가 굉장한 매력이죠. 그 때문에 작업물에 담긴 메시지를 좀 더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 분야인 것 같습니다.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특정 디바이스를 통해 구현된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주머니 속에 작은 비디오 플레이어를 갖고 다니기도 하고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는 디자인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을 테니 재미있는 일은 계속 생겨날 것 같습니다.

먹고, 자고 놉니다. 아이들과 집 근처를 산책하기도 하고, 바다에 가서 놀기도 하죠. 되도록 쉬는 시간에는 일과 관련된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집 마당에 있는 잡초를 잘라내며 육체노동이 주는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덩치가 큰 회사가 되고 싶은 욕심도 없고, 어울리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더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과 함께 지금처럼 즐겁게 작업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오래 살아서 오래 디자인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