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프로비던스(Providence, Rhode Island)에서 시각·서체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신주은입니다.
Q. 수상 소감과 작품 설명 부탁드립니다.
STA 100의 한 명으로 뽑힌 것은 사실 좀 놀라웠습니다. 저의 수상작은 펜타그램(Pentagram)과 구글 같은 다른 수상자들처럼 큰 예산을 가지고 제작한 것이 아니라 소위 미국에서 "passion project"라고들 하는 클라이언트가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투자한 것이라고는 종잇값과 제시간 뿐이었죠. 제가 2016년에 디자인한 Ithaka라는 폰트의 글자 하나하나를 완성 시키는 데에 들어간 시간의 양이 Timeface 글자들의 두께와 너비를 결정지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시간을 많이 들인 글자들이 가장 비만하죠. 제가 만든 폰트의 작업 과정을 또 하나의 폰트로 표현한 것입니다.
GD USA American Graphic Design Awards를 수상한 작품은 프로비던스 시립 도서관을 위한 홍보 포스터입니다. 아주 심플한 포스터죠. 제 포스터가 홍보한 이벤트는 서체 디자인 공모전의 시상식이기도 했고 유명한 스위스 서체 디자이너 Nina Stössinger의 강연이기도 했습니다. 서체 디자이너가 서체 디자인 공모전 시상식에서 자신의 서체 디자인 작업 과정을 이야기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포스터 또한 서체 디자인에 치중하여 이미지 없이 순수하게 타이포그래피만 활용하는 접근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공모전에서 수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Timeface는 제가 시각디자이너임과 동시에 서체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작업인 것 같습니다. 서체 디자인이라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 시간과 에너지 투자를 요구하는 분야이고 시각디자인은 어떤 스토리를 이야기하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둘을 접목한 결과가 제가 서체 디자인에 쏟아붓는 시간과 그 과정을 보여주는 폰트 Timeface인거죠. 폰트라는 매개체를 평소의 용도가 아닌 정보를 담고 있는 인포그래픽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에 새로운 컨셉이라고 평가받은 게 아닐까요?
홍보 포스터는 Stössinger의 폰트를 사용했고 특히 Sélavy라는 점으로만 구성된 폰트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폰트의 특유함을 살리기 위해 실재로 하나하나 구멍을 뚫었고, 구멍을 통해 밑의 백그라운드가 보이기 때문에 포스터가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부분에서도 만족을 느꼈습니다. 역동적인 심플함이 수상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Q. 지금까지 디자인한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작년 초에 만든 포스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 시기에 정치적으로 일어나던 어이없는 일들에 대한 저의 반응을 포스터화한 것입니다. 한창 트럼프 정권 반대 운동의 표어로 “RESIST”가 쓰였고, 트럼프가 캘리포니아주와 멕시코 경계에 벽을 짓겠다며 큰소리치던 때에는 그에 저항하는 “NO WALL”이라는 문구 또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로지 철자 바꾸기를 통해 “NO WALL”이라는 말이 모두를 포용하자는 의미의 “NOW ALL”로, 그리고 “RESIST”는 “SISTER”(여성 혐오에 맞선다는 의미)로 변신시켰습니다. 이 포스터는 저의 정치적 견해와 소망을 담고 있고, 또한 타이포그래피와 언어의 가변성에 집중한 점에서 저 자신이 많이 묻어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Q. 평소 새 프로젝트를 계획하실 때의 작업 환경이 궁금합니다.
작업을 시작할 때에는 물론 리서치와 아이디어 구상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조금의 갭을 두고 며칠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면 잠들기 직전이나 샤워하는 중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거든요. 제가 가장 즐기는 단계는 스케치를 수정해가며 컨셉을 뚜렷하게 잡아가는 과정. 그 후에는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신경을 써가며 완성하는 장인 정신이 필요하겠죠. 전 항상 무식할 정도로 정성을 다합니다.
Q.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디자인 서적이나 멘토가 있다면?
저는 디자인 서적보다는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추천하고 싶은 디자인 서적이라면 Paul Rand의 Thoughts on Design, Fred Smeijers의 Counterpunch, David Mamet의 On Directing Film이 있습니다. 제게 가장 중요한 디자이너는 Cyrus Highsmith입니다. 4년째 저의 멘토인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굉장한 특권입니다.
Q. 디자이너로서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서체 디자인이라는 일이 알고 보면 아주 폭넓은 분야입니다. 미적, 기술적인 문제 이외에 문화적, 사회정치적인 부분도 상당하죠. 특히 자신에게 생소한 문자를 디자인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배우는 바가 아주 많습니다. 언어학이나 세계 역사에 대해 더 박식해지기도 하고요. 현재 그리스와 키릴 문자를 디자인 중인데 아무래도 한국인이니까 언젠가 한글 폰트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시각 디자인도 틈틈이 해나갈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목표 같은 걸 세우지는 않아요. 단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비전이라면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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