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사물을 직접 그리고 부수어서 재조립하는 것이, 어린 시절 저의 최고의 놀이였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장애우를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제가 고안한 “말하는 신호등”이 최종 수상되어, “천재발명가”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후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3년을 보낸 후, 프랑스 남쪽 작은 마을 “Aix-en-provence”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파리 북쪽 “Compiegne”라는 마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낯선 외국에서 말이 잘 통하지 않았던 탓에, 대신 그림으로 “나”라는 존재를 알리고자, 말보다는 라인과 색상으로 표현을 했습니다. 그 후, 언어를 습득한 뒤로는 한결 더 디테일하게 그리며 말로도 설명을 했습니다. 이렇게 항상 새로운 것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대학진학 시 디자인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파리에서 가구와 인테리어를 전공하였습니다. 디자인을 공부했던 3년 동안 너무 행복했던 나머지, 건축설계까지 배우고 싶은 욕심에 결국 2007년도에 프랑스 국가공인 건축사 자격증까지 취득하였습니다. 단순한 그림에 대한 관심을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 그리고 건축설계 자격증으로 실현시켜 나가기까지 고비도 많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저의 모든 것이었던 그림을 새로운 차원으로 응용해나가는 재미가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그 뒤 값진 18년 동안의 유학을 마치고 2009년 한국에 귀국하여, 공간그룹에서 3년 동안 전문연구요원(병역특례)으로 활동 하였습니다. 그 곳에서 저는 UNESCO 전문인들을 비롯한 세계 대학 교수님 및 학생들과 아시아 역사지구 문제점을 제시하여, 그 문제점에 대한 연구 및 워크숍을 진행하며 역사지구의 미래를 그려보는 일을 담당하였습니다.
먼저 서울과 하노이를 대상으로 역사지구의 보존 및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였으며, 미국, 영국, 중국, 베트남, 인도, 싱가포르, 태국 및 필리핀에서는 3년 동안 지속적인 워크숍 및 연구를 통하여 각 나라 시에 여러 좋은 결과를 제시하였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보다 넓은 시작을 지니게 된 전문연구요원 기간 동안, 동시에 자신에 대한 좀 거 구체적인 계획을 그려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저만의 Design Atelier를 여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군복무기간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동안 계획해왔던 BUMI라는 작은 Design House를 오픈 하였습니다. “모든 공간을 가구화 시키자”라는 개념 바탕으로, 가구로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닌,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저만의 디자인 컨셉입니다. 다소적은 자본으로 시작하였지만 작년에 운 좋게도, 정부에서 주최한 젊은 CEO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에 합격하여 받은 상금으로 과감하게 작품 디자인과 제작 올인 하였습니다. 또 한 개인 작품활동도 중요하지만, 디자인 융합을 시도 하고자 “Invited Artists”하는 프로그램을 론칭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건축가, 아티스트, 운동선수, 연예인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에게 이메일 및 우편으로 Co-Design Proposal을 보낸 후, 응해주시는 아티스트와 함께, 한 달 동안 아주 재미있고 유니크한 작품을 그리고 제작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금까지 강석원 회장님, 이상림 대표님, 김인철 대표님, 여자농구 국가대표 변연하 선수, 쥬얼리 디자이너 전선혜 대표님 및 양진석 대표님께서 응해주셔서 멋진 작품들을 함께 탄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들도 섭외하여 지금껏 본 적 없는 전혀 새롭고 독창적인 가구 작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현재 6개의 공동작품 및 7개의 개인작품이 양재동에 전시되어 있으며, 아직 대중적 이진 않지만, 제 가구를 사랑해주시는 꽤 두터운 매니아층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디자인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며, 항상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창조하기 위하여 늘 고군분투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단순함에서 섬세한 매력을 찾고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는 “디자인쟁이”(Designerd)입니다.
K-디자인 어워드 2015 위너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합니다.
저는 제 디자인이 수상작이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 이벤트인지 이번에 느꼈습니다. 먼저 제 개인작품 중 저의 모든 디자인 페티쉬와 철학을 담은 작품이 수상을 하게 되었다는 거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항상 내 고집만 피우면서 그리던 작품이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 눈에도 좋게 보여졌다는 것이 정말 저에게 큰 선물 이였습니다. 수상 후, 어떠한 재미있는 디자인 스토리들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K-디자인 어워드 수상은 제가 제 자신에게 이제 시작이라는걸 알리는 “opening ceremony”입니다. 수상의 맛을 살짝 느끼고 나니 더욱 욕심이 생겨, 앞으로 제 디자인이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reference가 될 수 있을 때까지 느긋이 즐기며 달리겠습니다.
▲ K 디자인 어워드 2015 위너 수상작 _a desert island
수상작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수상작 “a desert island”는 말 그대로 “무인도”를 가구로 표현한 거입니다. 취직 포기하고 저만의 디자인 삶을 펼치겠다고 홀로 소리도,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 안에서 스케치를 하는 제 모습이 정말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사람 같았습니다. 힘든 만큼 가족과의 맛있는 저녁, 친구들과의 끝 없는 파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애완견과의 산책 등, 신나는 일상들을 상상하며 하루하루의 고통을 참아내며 열심히 디자인하였습니다. 상상 속이라도 즐거워야 되는 이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하여 다기능적인 올인원 공간을 컨셉화 시켰습니다.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디자인을 통하여 외로움을 즐기는 것이 이 공간의 목적입니다. 등고선을 이용하여 무인도의 특징을 살려내고, 높낮이와 곡선들을 이용하여 다기능적인 공간들을 만들어, 하나의 몸 안에 융합시켰습니다. 일도 하고 동시에 주위를 살펴 볼 수 있는 센터 테이블,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위한 4인용 테이블, 회의 및 미팅을 위한 6인용 테이블 또 하얀 벽을 마주 보고 있는 발표나 영화 및 스포츠 게임 감상 할 수 있는 10인용 테이블 마지막으로 감춰진 책꽂이가 있습니다. 위의 요소들뿐 아니라 공간 전체가 사용자의 취향과 성격에 따라 목적과 용도가 바뀔 수 있습니다. 무인도를 자신의 방처럼 완벽하게 파악하며 즐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디자인하였습니다. 작은 가구 안에서 하나의 기능이 아닌 여러 기능을 넣어 하나의 작은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무인도의 공간 컨셉은, 아뜰리에 외에도 많은 공간에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칵테일 바일 경우 바텐더가 센터에서 멋진 쇼를 하고 사방에 둘러 앉아있는 고객들에게 한잔씩 나눠주고, 레스토랑이라면 셰프가 오픈 센터 키친에서 맛있는 요리 과정을 보여주며 팬들과 같이 소통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서로간의 소통과 대화가 있는 모든 장소에 적용 가능하며 장애인, 어른 아이들 할거 없이 노인들 및 애완견들까지 즐겁고 자유롭게 사용 할 수 있는 공간 컨셉 디자인입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은 어떻게 영감을 얻었나요?
이번 작품은 텅 빈 공간 안에서 홀로 힘들게 일하지만 웃으면서 일하는 저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저는 주로 저의 일상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전 어디든 처음 가는 장소를 참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볼게 너무 많아서 입니다. 직업병이라 이것저것 만지면서 크리틱을 하며, 나라면 이렇게 했을 거야, 저렇게 바꿨을 거야 등 그런 혼자만의 중얼거림에서 영감을 받아 제 디자인에 적용시킵니다. 익숙한 장소에서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불편함과 편암함에서 다른 디자인 요소들을 찾습니다. 나에게는 편한 의자이지만 저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나에게는 불편하지만 저 사람에게는 편하고 이러한 관찰들이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편안함에 맞추기는 정말 힘들지만 기능을 여러 가지 적용시켜 하나의 가구 안에서 각 기능과 맞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바탕입니다.
수상작 외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모든 작품들이 제 기억에 남아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남는 디자인은 바로 제 전 재산을 투자한 저의 첫 가구입니다. 엄마 뱃속에 아가가 탯줄을 통하여 영양을 섭취하는 모습을 가구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 4층에 살았고 디자인을 할 때 문과 방 넓이를 생각지도 못하고 무작정 디자인하여서 제작 후에, 4층까지 올리는 시간만 6시간이 걸렸고 가구를 설치하고 나니 제가 생활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다 사라져서, 결국 제 작품 안에서 먹고 일하고 심지어 잠도 잤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나서도 내 작품 안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게 되어, 그때부터 가구 사랑이 더욱더 커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 가구들은 옴 기기 까다롭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1cm 도 움직이기 힘듭니다. 첫 작품이라 많은 추억이 있고, 그 작품에서 얻은 행복과 성취감 덕분에 지금까지도 그 기분을 다시 느끼기 위해 힘들지만 웃으면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특별한 디자인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일상에서 얻은 영감은 바로 종이나 수첩 안에 그립니다. 그 후, 오늘은 왠지 디자인을 하고 싶다라는 날이 오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그리고 소리지르고, 다시 그리고 쓰리디 올려보고 소리지르고, 다시 그리고를 수도 없이 반복합니다. 하루 만에 나오는 디자인도 있고, 한달 동안 스케치만 하다 나오는 디자인도 있습니다. 디자인 Deadline은 바로 디자인이 완성되는 날입니다. 짧던 길던 디자인이 끝나면, 공장 소장님과 미팅을 합니다. 색상, 수정부분, 디테일들을 정하고, 가구 사용에 전혀 문제 없도록 하기 위하여 작은 스케일로 만들어 봅니다. 그 후 1대1 스케일로 제작이 들어갑니다. 여기서는 그 어떤 실수도 용납이 되지 않아, 한번 실패하면 다시 찍어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저 포함 많은 사람들의 걱정 속에서 제작이 진행됩니다. 공장에서 2주동안의 제작을 걸치면 바로 Prototype이 완성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만들어진 Prototype을 제 겔러리에서 꾸준히 사용하면서 변화를 지켜봅니다. 물론 실패작들은 바로 디자인 수정하여 더욱 완벽에 가깝게 합니다. 디자인 프로세스는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변화 없이 튼튼히 사용 가능한 가구가 완성되면 마감되고 바로 다음 프로젝트도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모든 디자이너들이 거치는 디자인 프로세스가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 프로세스가 특별하진 않지만 저만의 디자인 프로세스라고 생각합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과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항상 어려워서 어려운 부분들을 딱 짚어서 얘기할 수가 없네요. 그러나 항상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제 눈에는 완벽에 가까운 디자인이며, 이 디자인을 완성하기 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는데, 그 디자인이 심사위원들한테 무시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공모전에서 떨어지게 되면 이유를 알려주는 경우가 없기에, 떨어지고 나면 저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공모전에서 수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정말 답을 알고 싶은 문제입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저도 모르지만 분명 심사위원 중 몇 분이 제 디자인 의도를 그 짧은 시간 안에 이해 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했다 못했다 보다는 이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겪은 삶을 바탕으로 멋이 아닌 추억과 재미가 가득 담겨있는 공간을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앞으로의 어떤 디자이너가 되기를 꿈꾸시나요?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시절 때는 Philippe Starck같이 그저 이유 없이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목표는 100% 자신의 디자인을 적용 시킬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소수의 매니아들이 디자인이 필요하다 하면 망설이지 않고 절 찾아오는 그런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먼저 저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와 두 번째로 제 디자인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어, 의뢰 받은 모든 작업들을 아주 자유롭고 즐길 수 있으면 저의 목표는 이루어진 거와 마찬가지 입니다. 또 의뢰 받는 작업 외에 개인작품과 공동작품 활동을 동시에 즐기며, 동료들과의 경쟁보다는 동료들과 좀 더 Unique하고 Timeless한 디자인을 공동연구 하여 한국 디자인 발전에도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