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산업정보디자인과 4학년 재학 중인 원세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고려대학교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자인 원세현, 김남주를 대표하여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둘은 학교에서 산업정보디자인을 전공하면서, 각자만의 디자인 커리어와 작품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졸업 전시회를 앞두고 있으며,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 디자이너로 활동을 개시하였습니다. 저는 현재 4학년 재학 중이면서 동시에 삼성전자 스핀오프 스타트업인 WELT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같은 팀 동료인 김남주 학생은 4학년 재학 중이며 삼성전자 산하의 삼성디자인멤버십에서 산업디자이너로 있습니다.
Q. 수상을 축하합니다. 수상 소감과 작품설명 부탁드립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Ombre VR를 디자인할 때 정말 재밌게 준비해서 이번 수상 결과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와 김남주 학생 모두 학교에 살다시피 하는 학생들이에요. 학교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밤을 새워가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만든 프로젝트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Best of the Best 상을 받은 Ombre VR은 'Being Another'라는 주제로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마스크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마스크는 다른 역할에 몰입하게 해주는 아날로그적 수단이었다면, VR은 가상세계에서 다른 역할을 하게 해주는 디지털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공통점으로부터 'Being Another'이라는 주제가 나왔고, 마스크를 닮은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VR을 디자인하게 되었습니다. VR의 본질을 마스크의 본질과 연결한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과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Ombre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VR 본질에 대한 해석이었습니다. 기술적인 강점이 어필된 VR 제품은 시장에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기술적 시선으로 바라본 VR이 아닌 VR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와 본질을 디자인에 담고자 했습니다. '마스크'라는 주제를 가지고 디자인을 시작하고 나서,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를 만드는 것에 힘을 많이 쏟았습니다. 마스크와 같은 고혹적인 외관을 가지되, VR답게 디자인하려고 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기술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디자인 컨셉이지만, 오버 디자인이 되지 않도록 VR의 구조와 내부 기구들을 일일이 파악하고, 그 요소들이 전부 수납되게 현실적으로 디자인했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어려웠던 과제였습니다.
Q. 수상작 외에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018년 들어서 국제 어워드와 큰 무대에서 수상했습니다. 그중에 두 가지 작품에 애착이 많이 갑니다. 첫 번째로 저와 김남주 학생, 강승구 학생 셋이 팀을 이뤄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SOS Drone'입니다. 조난자가 신호탄을 쏠 때 불발률이 60%에 달하고, 지속시간도 30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발견하여, 조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드론을 디자인하였습니다. 사용자가 들고 다니면서 조명과 배터리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하였고, 위급 상황 시 드론으로 주변의 위험요소 또한 탐지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첫 3대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이라 다들 뛸 듯이 기뻐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삼성전자 캡스톤 프로젝트에서 김남주 학생과 팀으로 출품하여 우승한 'Dentor'도 기억에 남습니다. 치아관리 시장을 노린 새로운 플랫폼과 제품/서비스를 디자인하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산하 NBNL 팀에 제안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저와 김남주 학생은 갤럭시 스마트폰과 결합하여 사용하는 치아 자가진단 기기와 서비스를 디자인하였습니다. 삼성전자 R&D 캠퍼스에서 발표하고 실현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우승했던 경험은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Q. 평소 새 프로젝트를 계획하실 때의 작업 환경이 궁금합니다.
새 프로젝트를 개시하는 계기는 정말 평범합니다. 카페에서 얘기하다가, 혹은 식당에서 수다 떨다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재밌겠다는 감이 오는 단서를 잡고 시작을 해요. 평범한 소재도 비틀어서 생각해보고, 바꿀 부분이 없나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일상에 놓여있는 주변 물건과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단서를 얻고는 합니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밤을 새우기도 하고, 생각의 과정을 효율적으로 시각화하는 데에 집중하게 됩니다. 많이 만날 때는 거의 집 밖에 나오면 항상 같이 작업을 진행했던 거 같습니다. 또 작업 도중 막힐 때면 작업을 하지 않고 쉬는데, 그럴 때도 머리 한 쪽에 계속 막히는 부분을 만지작만지작 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탁하고 해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소요 시간은 약간 불규칙하지만요. 물리적인 환경은 저희가 지치지 않을 수 있게 조용하면서도 쾌적한 공간이 좋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하는 카페 같은 곳도 좋은 것 같아요.
Q.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디자인 서적이나 멘토가 있다면?
저는 사토 오오키의 '문제 해결 연구소'라는 책을 가장 좋아합니다. nendo라는 디자인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만 단순히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가 디자이너로서 고민한 여러 가지가 책 안에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누구보다도 그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좋아하고, 관련된 여러 분야에 흥미를 갖고 도전하고, 의식하며 매일의 과제에 집중할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이 문구가 디자이너로서 갖춰야 할 모든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디자인하고자 하는 분야에 누구보다 전문가가 되면서 동시에 그 주변을 둘러볼 줄 알아야 그만큼 좋은 디자인이 나올 것이니까요. 저희의 멘토는 학교 교수님들입니다. 모두 열성적으로 가르쳐주시고 디자이너의 소양을 불어넣어 주려 애쓰십니다. 특히 김현 교수님을 저의 멘토로 꼽고 싶은데요, 2학년 때 수업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정말 존경하는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이십니다. 소비자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과 상황 그리고 문화 등의 큰 그림 안에서 디자인을 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디자인하려면 많이 알고 보고 경험해야 하는 것도 몸소 체험하게 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 디자이너로서 계속 품고 갈 한 마디를 꼽자면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디자인은 문제 해결이다!'
Q. 디자이너로서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디자이너는 미적 감성뿐만 아니라 수익과 미래의 가치를 예지하는 직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경영학을 이중 전공하고, 디자인 개인 사업자로 활동하고, 스타트업에 들어가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상(디자인)과 현실(비즈니스) 사이에서 최고의 디자인을 뽑아내서 그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초월해버리는 경영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같은 팀원인 김남주 디자이너는 김남주다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00답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그전에 많은 행동과 말들이 축적돼서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디자이너의 철학과 제품이 모여서 브랜드를 만들 듯이, 브랜드 가치가 있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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