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디자인의 정체성과 철학을 세계에 알린 거장에게 바치는 경의
2025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Asia Design Prize, 이하 ADP) ‘저지스 초이스(Judge’s Choice)’ 수상자로 대만 아시아대학교의 린방숭(Apex Lin Pang-Soong) 석좌교수가 선정되었다. 이번 수상은 개인의 예술적 성취를 넘어, 아시아 디자인계 전체의 정체성과 철학이 세계 디자인계에서 높이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린 교수는 수십 년에 걸쳐 아시아의 미적 가치와 문화적 메시지를 담은 디자인 작업을 이어온 인물이다. 그의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장식에 머무르지 않고, 타이완이라는 섬의 정체성과 감성을 철학적으로 해석하여 시각 언어로 풀어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단지 국가적 상징의 구현을 넘어서, ‘아시아 디자인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정면으로 응답해온 과정이기도 하다.
- 디자인은 곧 문화이자 시대정신이다
ADP 2025 심사위원장이자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인 김현선 교수는 지난 3월 26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린 교수에게 상을 직접 수여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디자인은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문화를 해석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창조적 행위입니다. 린 교수의 작업은 시각 표현을 넘어, 아시아의 가치를 세계에 전달하는 문화적 해석의 결과물이며, 이는 전 세계 디자인계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린 교수는 디자인을 단순한 기능과 미학의 차원을 넘어선 문화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접근해왔다. 특히 타이완의 지역성과 섬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방식은 아시아 디자인 특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TISDC, 아시아 디자인 교육의 국제 허브로 성장
린 교수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는 ‘대만 국제 학생 디자인 공모전(TISDC)’의 총괄 운영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공모전은 대만 교육부와 iSee Taiwan 재단, 문사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세계 60여 개국, 1,000여 개 대학에서 매년 약 20,000건 이상의 출품작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세계 디자인 조직 WDO, Cumulus, BEDA, NY ADC, JDP 등 5개 대륙의 21개 주요 기관들과의 협력은 TISDC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디자인 교육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TISDC는 단순한 공모전을 넘어, 글로벌 디자인 리더들이 대만을 방문해 직접 학생들과 교류하는 장이 되었다. 아시아의 차세대 디자이너들이 세계의 흐름과 감각을 체득하고,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은 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이는 린 교수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로컬에서 글로벌로(Local to Global)’라는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 아시아 디자인, 세계 중심에서 외치다
ADP는 2016년부터 한국과 일본 디자인 커뮤니티의 협력으로 출범한 아시아 기반의 국제 디자인 어워드다. 산업디자인, 공간/건축디자인, 커뮤니케이션디자인, 사회적 영향 등 다양한 부문에서 아시아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에는 총 22개국에서 1,879건의 출품작이 접수되었고, 이 중 단 304작품만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ADP는 2024년부터 매년 아시아 디자인계의 철학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에게 ‘저지스 초이스’를 수여하고 있다. 첫 수상자는 소비자 트렌드 연구의 선구자인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였으며, 올해 두 번째 수상자인 린 교수는 예술적 깊이와 교육, 정책적 실행력을 모두 갖춘 인물로, 그 상징성은 더욱 크다.
- 아시아 디자인의 미래는 연대와 철학에 있다
린방숭 교수의 이번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공로에 대한 찬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아시아 디자인이 독자적이고도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사건이다. 디자인을 통한 문화 교류, 교육을 통한 세대 간 전승, 정책을 통한 생태계 형성이라는 세 가지 축을 일관되게 실천해온 그의 여정은, 아시아 디자인계 전체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오늘날의 아시아는 세계의 생산기지가 아니라, 세계 디자인의 철학과 흐름을 이끄는 문화의 발신지로 변화하고 있다. 린 교수의 수상은 이 흐름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이정표이며, 동시에 아시아의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우리의 이야기와 철학도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디자인소리 운영사무국 (sori@desig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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