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자인 스튜디오 써니아일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심준우 실장입니다. 써니아일랜드는 2012년 창업 이후, 브랜드 개발에 필요한 디자인을 포함한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 마포구에 자리 잡고 있지만 특정 지역을 가리지 않고 로컬브랜드를 비롯한 관광, 캠페인, 광고디자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익모델의 대부분은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이지만 자체적으로 캠페인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매거진, 굿즈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도 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는 예전부터 경험해 온 브랜드 개발과 그래픽 디자인입니다. 최근에는 영상, 모션, 캠페인 기획 및 운영, SNS 전담팀을 구성해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표 성과를 이야기해 주세요.
저희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했던 ‘인생나눔사업 멘토를 위한 가이드 콘텐츠’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인생나눔사업은 50대 이상의 멘토를 선정하고 도움이 필요한 멘티와 연결해서 상호 간의 연결고리를 찾고 멘토 멘티로서 긍정적인 영향을 확대하고자 하는 사업입니다. 기술이나 이론을 전달하는 일반적인 멘토링과는 다르게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공감과 공유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는 이 사업에서 멘토로 선정된 분들이 멘토링 활동을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멘토로 선정된 분들께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지, 콘텐츠를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도움을 주고, 다양한 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하여 결과물을 만들어 낸 프로젝트였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멘토들에게 용기를 주고, 멘토링 과정에서 유의할 점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인터뷰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등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 영상과 책의 형태로 만들게 되었죠.
인생나눔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문가를 섭외하고 인터뷰하는 것, 상호 간 협의 과정, 결과물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 모두 디자이너가 참여하고 진행함으로써 전 과정에서 디자인씽킹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그래픽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으면서 내부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었고 이후에도 더 다양하고 가치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얻고 있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찾고, 넓은 의미의 디자인 방법론을 중심으로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을 저희의 과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의 결과물을 비롯한 전반적인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써니아일랜드만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다양한 성격과 형태의 프로젝트가 있는 것처럼, 저희 역시 그것들을 수행할 때 한가지 프로세스를 고집하기보다는 유연하게 다양한 프로세스를 만들어내고 협의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써니아일랜드 프로세스의 공통점은 프로젝트 시작 전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항목과 일정, 예상되는 결과물 등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협의하고 진행하는 것입니다. (물론 결과물 자체를 함께 찾아가는 프로젝트에서는 예외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운영하는 프로젝트의 전체적 관점에서 우리가 투입되는 단계는 어디인지, 최종 결과물을 결정짓는 이해관계자가 내부인지 외부인지, 우리에게 주어진 리소스는 어느 정도인지, 우리가 이뤄야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등. 프로젝트의 설계를 클라이언트 측과 함께 협의하면서 시작과 끝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고 수행합니다.
협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모든 상황을 협의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타당한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은대부분 창의력을 바탕으로 기존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결과물을 정량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특히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는 더욱 그렇습니다. 고객사의 내부 상황을 고려한 프로젝트의 목표를 점검하고 어느 정도 수준의 해결책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사전 협의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클라이언트 측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항목이 발생하기도 하고, 생각했던 과업 범위보다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이슈가 있다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항목이 정해지고 구체적인 프로젝트 비용이 협의되는데,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죠. 또는 기획 비용을 포함하고 출발한 프로젝트임에도 상호 간에 예상하는 결과물의 범위가 달라져 곤란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항목과 비용이 포함된 견적을 명확히 해야 하고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과 전문적인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영감을 받고 있는 디자이너가 있나요?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저에게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는 굉장히 많습니다. '디자인 잘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앞으로 내가 경쟁력을 잃지 않고 디자인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죠. 그중에서 제가 포기하지 않고 디자이너로서 계속 존재할 수 있게 영감을 주었던 디자이너를 한 명 꼽아보자면 ‘솔바스’ 입니다. 대학교 과제를 통해 처음 접한 솔바스는 당시 명확히 나눠져 있던 디자인 경계를 허물고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을 몸소 보여준 ‘위인’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대학생이었던 저는 디자인 카테고리에 대해 유연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솔바스가 더 다양한 디자인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 영감을 준 것이죠.
10년 뒤, 디자인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디자인 시장에 포함되는 영역들이 더 다양해질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 관점에서는 양극화되어 있을 수도 있겠죠.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를 얼마큼, 어떻게 활용하냐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미 AI의 활용은 디자인툴로서 자리매김이 되었기 때문에 디자이너 역할은 툴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또한 디자인영역에서의 크로스오버가 활발해질 것입니다. 전시, 공연, 광고, 앱, SNS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받기 위해 디자인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나겠죠. 그래서 저희는 써니아일랜드는 브랜딩, 그래픽 전문 디자인회사로 유지하되 기존에 진행하던 안전디자인, 공공디자인 분야를 좀 더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오세이프’를 만들고 분리했습니다. 또한 좀 더 나은 전문가 그룹을 양성하기 위해 채용, 내부 교육, 내부 프로세스 체계화에 중점적으로 힘쓰고 있습니다.
‘오세이프’는 써니아일랜드의 어떤 신념과 비전이 담겨있나요?
써니아일랜드는 2014년부터 '안전'이라는 키워드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좀 더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오세이프' 브랜드를 개발하고 운영하게 되었어요. 더 전문적인 공공디자인과 공공캠페인을 수행하기 위한 내부 교육, 업무 프로세스 강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죠. 디자이너는 전문가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는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사람 중 한 명이고,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직업이죠. 그러므로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저 역시 한 명의 디자이너로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우리를 비롯해 더 많은 사람, 사회를 향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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