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50 디자인 대표 이호영입니다. 저는 홍익대학교 IDAS에서 디자인경영을 전공했습니다. LG전자 HA 디자인 연구소에서 냉장고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LG에서 유럽과 러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냉장고를 디자인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2013년에 250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하고, 그 이후로도 디자인 스튜디오의 디렉터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 스튜디오는 제품 디자인부터, 개발, 프로토타입 생산, 마케팅, 그리고 판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자체 제품 개발을 통해 제조 및 판매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며, 고객들에게 최고의 제품과 디자인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ADP 트로피 리디자인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상자의 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오랜 기간 유지해온 기존 트로피 디자인에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주관사 ‘디자인소리’에서 요구한 사항은 기존 트로피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유지한 상태에서 디테일, 퀄리티를 올리는 방향에 대한 연구였는데요,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기존 트로피의 디자인이 ADP 심볼을 그대로 3D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새로움을 더한다면 기존 트로피 디자인에서 형태가 바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평소 ‘250디자인’이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형태를 바꾼다? 개념이 생소해요. 250디자인이 제안한 방향은 무엇인가요?
먼저 ADP가 추구하는 방향성, 철학, 심사 프로세스, 주변 환경, 그리고 기존 트로피의 디자인 과정 등을 파악했습니다. 기존 트로피 디자인의 방향성은 어워드에서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인 부분인 로고 디자인을 3D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고, 반복되는 A, 모든 라인이 원형으로 이루어진 형태의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리고 형태에서 주는 의미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원형 부분은 Connected, 가로 라인은 Fair, A 형상은 Human입니다.
첫 번째 ‘Connected’는 ADP만의 특징으로 기업, 프로 디자이너, 학생이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심사를 받는 부분을 원형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심사 과정에서 디자이너들이 연결되는 특징을 기존 트로피에서는 모든 라인들이 연결되고 있는 형태로 표현했습니다.
두 번째 ‘Fair’는 ADP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한 심사 시스템을 수평적 라인으로 표현한 부분입니다. 기존 트로피의 반복되는 A에서 수평적인 라인을 원으로 연결시켜 단단하고, 항상 공정하게 심사한다는 것을 표현했습니다.
세 번째 ‘Human’은 ADP의 디자이너들, 사람을 위한 디자인, 등 사람 중심의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것입니다. 이니셜 A를 반복시킴으로서 디자이너의 만남, 디자이너의 긍지, 높이 올라가는 자부심 등을 세 번째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정리된 큰 방향으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금속 트로피 리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한 시도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란 인공지능(AI)의 한 형태로, 설계 탐색 프로세스입니다. 사람이 설정한 요구 사항에 따라 AI가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수천 번의 사전 검증된 많은 작업을 수행하는 겁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사용함으로 기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부품의 무게를 더 쉽게 줄일 수 있고, 원재료 사용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지속가능성의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 디자인과 사람이 한 디자인이 합쳐지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에 대한 의문점이 컸고 그래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어떤 힘이 트로피에 영향을 미칠까?’에서 출발했습니다.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 중의 하나가 주먹을 쥐고 팔을 흔드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가장 강하게 쥘 수 있는 악력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했고, 그 힘을 트로피에 가했을 때 AI가 어떻게 디자인하는지 탐구했습니다. 수많은 시도에도 AI가 제안한 결과는 우리가 추구한 디자인 방향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수많은 시도에도 원하는 형태는 나오지 않았고,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으로는 ADP의 아이덴티티를 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예산과 시간을 투입했지만,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며, CMF에 집중해 기존 ADP 트로피의 퀄리티를 최대한 올리는 것을 목표로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결국 정체성 유지가 가장 큰 방향이 된 것이죠. 특히 형태와 소재, 컬러에 집중했습니다. 기존의 쉐입을 원형으로 맞물리는 부분 등의 디테일을 최대한 올렸으며, 황동 소재의 18K 도금까지, 수상자가 최대한 고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트로피를 디자인했습니다.
250디자인 스튜디오가 적용한 제품 디자인 프로세스는?
디자인 어워드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출품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무엇인지, 참가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왜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여야 하는지 등 사람들이 ADP에 출품함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 행동을 최대한 나열해 봤습니다. 키워드 gathering과 research를 통해 디자인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ADP 트로피의 의미도 분석했습니다. 앞선 세 가지 메인 키워드가 여기에서 도출된 것이고요, 메인 키워드에서 도출될 수 있는 서브 키워드들을 가능한 많이 뽑았습니다.
서브 키워드를 토대로 연관된 레퍼런스 이미지들을 찾았고, 역할 분담 없이 각 키워드마다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찾아 취합했습니다. 찾은 이미지들을 전부 출력하여 폼 보드에 키워드별로 나열하여 붙이고, 이때부터는 각자 이미지를 보고 자유롭게 스케치하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ADP의 금속 트로피는 손 스케치로는 표현이 어려운 형태였습니다. 좀 더 명확한 스케일감을 보기 위하여 종이, 철사, 고무찰흙, 노끈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서 각자의 방식대로 Soft Mock-up을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디자이너 모두의 스타일도 다르고, 시각화하는 방법도 달라서 다양하고 참신한 시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의 금속 트로피 3종을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첫 번째 시안은 형태적으로 접근했습니다. 기존의 ADP 트로피는 A의 형상과 선이 만나면서 의도치 않은 R 값이 생겼는데, 이러한 요소는 완벽한 A의 형상을 만드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쉐입의 각 접합 부분에 자연스러운 R 값을 적용하여 최대하 아름다운 형태를 디자인했습니다. 또한 중심부의 원형의 지름을 줄여, 별도의 파츠로 보이게 해, 디테일을 올렸습니다. 기존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되, 더 아름답고, 퀄리티 높은 트로피 디자인을 의도했습니다.
두 번째 시안에서는 Depth라는 키워드로 공간감을 나타내기 위하여 기존 트로피보다 원의 깊이감을 주어 A와 원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도록 하였고, 각 면이 만나는 지점에 무게감을 주어서 조금 더 안정감을 주는 디자인을 의도했습니다. 모든 라인이 이어진 형태라는 기존 트로피의 틀을 깨고 싶었습니다. A의 꼭짓점을 끊고 시선을 집중시키는 형태로 정상의 의미를 담았고, 각 끊어진 부분을 통해 시선이 삼각형을 이루어 디자인의 밸런스가 안정되게 하였습니다. 기존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되 최대한 유니크한 형태의 트로피 디자인입니다.
세 번째 시안은 ADP의 과정을 시각화했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보았을 땐 나타나지 않던 ADP의 로고가 정면에서 봤을 때 나타나도록 디자인하여 Layered를 표현했습니다. 측면에 보이는 3개의 원형 선은 ADP의 3번의 심사 과정을 나타내며, 이러한 디자인의 과정을 통해 완벽한 디자인이 선별되어간다는 과정을 담아냈습니다.
ADP 트로피는 금속 3D프린팅으로 희소가치가 높다는 평이 많습니다. 반면 크기가 작아 불만족한다는 평도 있는데요, 제품 디자이너로서 지금의 형태를 제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트로피의 상징성이 크기에 비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ADP가 경쟁하는 자리이다 보니, “승리를 거머쥐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문장에서 영감을 받아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의 트로피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사이즈나 무게도 이전과 동일하게 가져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천천히 나아가는 시리즈 같은 느낌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최대한 변화하지 않고, 최대한 디테일을 높이는 것. 그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방향이었습니다.
20년 뒤에 ADP 트로피는 어떤 형상을 하고 있을까요? 250디자인이 그리는 ADP 트로피의 미래는?
20년 뒤에도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의 미션과 비전이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트로피 또한 그 원형과 방향이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250 디자인 스튜디오는 ADP 트로피의 전속 디자인 에이전시로서 그 가치와 형태를 지속해서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약간의 변화라도 10년 뒤, 20년 뒤에는 큰 변화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20년 뒤에 어떤 형태가 될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 변화의 과정은 디자이너에게 큰 영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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