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1년 반 차 정도 패션브랜드를 운영하는 김대현이라고 합니다. 사실 말이 대표지만 그냥 패션을 사랑하고, 패션 아이템을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 학부 때는 패션과는 전혀 무관한 재료공학을 전공한 공대생이었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삶에 대한 일말의 고찰도 없던 고등학교 시절, 집안이 다 자연계 전문직 쪽이다 보니 저도 자연계로 가는 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자연계로 진로 선택을 했으며 대학도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 K-디자인 어워드 2020 위너 수상작 - RNMS totebag >
막연하게 패션 공부를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전공을 바꾼 것은 아니고 20대 초, 그 당시 비주류였던 스트릿패션을 접하게 되었는데 저한테는 그것이 대단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즈음부터 패션에 대한 열망이 점점 커졌습니다. 사실, 무늬만 공대생이지 학교생활이라든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은 없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면 동대문 시장에 가서 원단을 보러 다녔으며 액세서리를 만들고 옷을 리폼해서 팔곤 했습니다. 그게 너무 가슴 뛰는 일이고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에 '패션 공부를 해보고 싶다' 내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지금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은 RNMS 8 패널 캠프 캡입니다. 캠프 캡 하면 보통 보편적인 형태로 5 패널 캠프 캡이 그려지는데, 이 5 패널 형태에서 측면과 후면의 추가분할을 통해서 8 패널 형태를 구현했습니다. 또한 이 형태로 디자인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외관이 대단히 획기적인 형태를 지닌 것도 아니고, 시중에 이와 유사한 제품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디자인권을 획득할 수 있을 만큼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을 만든 저로서는 RNMS의 시작과 함께 제일 처음 선보인 제품이라는 것, 이 8 패널 형태가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의 구상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 디자인권을 획득할 수 있게 해준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을 합니다. 또, 이 제품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유로 어떠한 분이 유명 브랜드의 제품과 비교해 이거 표절 아니냐, 완전히 모방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따지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겠다고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개인적 견해로, 이것은 디자인하는 사람의 양심과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양심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표절을 했어도 표절을 하지 않고 독창성이라고 우기고 판매하는 때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제품을 내놓고 싶지도 않고 표절은 브랜드의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브랜드의 제품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면 이런 결과물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겠죠.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열심히 구상해서 만들어낸 제품이기 때문에 유명브랜드의 제품이라는 것과 그 제품이 먼저 발매됐다는 이유만으로 표절의 결과물로 판단되는 게 억울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8 패널 캠프 캡은 RNMS다'라는 것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에서 이 제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습니다.
Q. 자신만의 디자인 노하우가 있다면?
아직 제 경험과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하우라고 할 것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디자인하는 방식은 어떤 제품을 기획할 때 많은 레퍼런스를 수집하고 분석을 통해 접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저는 이와는 반대의 방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자의 경우의 방법론도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는 있으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독창성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무'의 상태에서 전개해나가는 편입니다. 여러 레퍼런스를 보게 되면, 시각으로 체득한 그 형상들이 의식 속에서 기본바탕으로 깊게 자리를 잡아버려 생각을 자유로이 해나가는 데 있어서 방해요소가 됐습니다. 물론, 이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 수도 있고 디자인을 해나가는 데 있어 더 나은 방법론이 있을지 모색해보고 접근해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이러한 방식으로 '백지'의 상태에서 제품을 만들어나갔습니다.
Q.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디자인 서적이나 멘토가 있다면?
제 인생에서 유일한 스승님이라고 할 수 있는 저의 대학원 교수님이십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 저는 원래 학부 때는 공대생이었다가 대학원을 패션 쪽으로 전공을 돌리면서 패션의 길로 입문을 하게 된 케이스이기 때문에 패션에 대한 열정만 가득 찼습니다. 기본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실 교수님을 잘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컸는데요. 그러던 와중에 글로벌 인재포럼의 <디자인 천재를 꿈꾸는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보게 되었는데, 이 세션의 토론자로 저희 교수님께서 참여하셔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았고, 이분께 꼭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제가 패션에 관한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가볍게 넘기지 않으시고, 끝까지 늘 경청해주셨는데요. 패션에 관하여,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궁금한 부분들까지 허투루 듣지 않으시고 답해주셨는데, 그런 교수님 덕에 부담 없이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새롭고 다양한 방법론, 접근법을 제시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패션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자세뿐만 아니라 패션을 바라보는 시각, 감각을 키우는데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들려주세요.
우선, 당장에 넘어야 할 큰 산으로 해외 패션위크가 있습니다. 밴쿠버 패션위크에 참여하게 되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서 내년 상반기에 2021 SS 컬렉션을 선보이게 되는데 이것을 멋지게 준비해보고 싶습니다.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이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제 브랜드가 잘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가방 라인을 분리해서 전문적으로 키워볼 계획을 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이색적인 제품들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가장 큰 목표라면, RNMS LAB이라는 문화, 소통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곳은 오프라인 매장과 같이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RNMS가 가장 색을 중시하는 브랜드인 만큼 사람들이 색과 관련된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고, 듣고, 느껴볼 수 있는 체험의 장을 마련해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색' 하면 RNMS, RNMS 하면 '색' 이 그려지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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