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 금오공과대학 산업공학부 디자인공학 전공 김선아 교수 인터뷰 >
Q. 디자이너에게 글쓰기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이 중요한 이유는 첫 번째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해요. 우스갯소리로 예시를 들자면, 디자인을 3개월간 고생해서 만들었어요. 상부에 보고하는 일, 소비자나 사장님, 다른 사람들한테 설명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디자이너 : 이 디자인 어때요?
사용자 : 어떤 디자인인지 설명 좀 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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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면 몰라요?”
웃자고 하는 예시지만, 본인도 3개월 동안 밤새가면서 했지마는 이 디자인에 관해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텍스트가 어떻게 보면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말’이잖아요.
이 디자인의 결과물에 대해서 사람들한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게끔, 이해되게끔 그다음에 매력을 느끼게끔 하는 거는 일반적으로 혹은 전문가적으로 이 디자인을 알아볼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설명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설명을 통해 공감을 얻으려면, 이야기로 구성을 해야 하고
일반적이고 상식적이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글은 논리적이어야 한다.
고로 글쓰기 능력이 중요하면서 어려운 하나의 과제이다.
Q.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삼성전자에 입사하고 제품디자인을 하고 특허를 낼 때 디자이너로서 글쓰기에 대한 압박감을 처음 느꼈습니다. 특허 출원을 위해서 명세서를 작성하게 되는데요. 자신이 디자인한 게 어떤 아이디어랑 어떻게 다른지를 증명해내야 합니다. 여기는 이러하고 여기에 이런 의도를 가지고 했고 등등. 하지만 글이 안써지는거예요. 그래서 상당한 고충을 겪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처음에 책을 쓰기로 했을 때, 원고 몇 장을 들고 배포 있게 안그라픽스를 찾아갔습니다. 전 그때는 자신 있었거든요? 여태까지 모아놓은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이희성 편집자께서 편집자를 한 분 붙여주셨어요. 그분과 2주에 한 번씩 만나서 카페에서 빨간펜으로 다 그어줬던 기억이 납니다.
“주어는 어딨나요? 목적어는 뭔가요?”
“아! 나는 글을 못 쓰는구나!”
첫 책이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는데, 그 2년간 수정을 하기도 했지만 주로 글쓰기 공부를 했습니다.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글쓰기는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Q. 글을 잘 쓰기 위한 조언
책도 그렇고 글 쓰는 것도 그렇고 무조건 많이 읽어보는 것. 사실은 쓰기가 어렵긴 하지만 잘된 글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내 디자인을 설명하는 디자인 패널을 만들 때 좋은 포맷을 가져와서 그거에 자기 디자인만 싹싹 넣어서 해보는 것처럼.
맨 처음에 글을 베껴보고 그 글을 베껴 놓은 거에서 자신이 써먹을 만한 글을 모아놓은 다음에 한 번씩 써보는 훈련이 중요합니다.
작은 에세이도 좋고 일기도 좋고 조금씩 쓰다 보면 반드시 실력이 오를 겁니다. 마지막으로 편집자나 국문하시는 분들한테 반드시 빨간펜으로 한번은 수정을 받아보는 거 그거는 몇천 원이나 몇만 원 돈이 들더라도 반드시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11권의 책을 출간하는 이유는?
이 분야의 도서 시장은 워낙 작기 때문에, 디자인 분야의 책을 내서 인쇄로 받는 거는 몇십만 원 몇백만 원 밖에 안됩니다.
‘왜 책을 내느냐’는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인쇄물로 나온다는 거 자체가 검증을 받는 느낌? 혹은 인정을 받는 느낌? 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보가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논문을 인용하잖아요? 논문은 심사를 받아서 인쇄되는 거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책도 마찬가지로, 책 하나 만드는데 약 2,000만 원의 자본이 투자됩니다. 2,000만 원이라는 돈이 들어간 결과물이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볼 수 있는 블로그의 지식이나 이런 것들도 소중하긴 하지만, 책이라는 거 자체가 그 사람의 전문성 그리고 외부적으로 검증된 과정을 거쳤다는 검증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됩니다.
책을 출간하게 되면 강연이 온다거나 아니면 그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생긴다거나 이런 게 매우 많습니다. 책을 냄으로써 ‘나는 요즘 이런 거 하고 있어’라고 사람들한테 알리는 거고 그걸 통해서 다른 여러 가지 부수적인 프로젝트가 많이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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